병원에서 큰 수술을 하는 A양이 있다. 이 A양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좋은 의료기기 좋은 선생님, 좋은 컨디션 이 모든것들도 물론 중요하지만 혈액 또한 꼭 필요하다. 수술실에서 이러한 혈액이 사용되는 방법은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것은 심한 출혈이 있는 환자의 급격한 혈액량 감소를 막기 위한 출혈 보충에 사용된다.

수술 이외에도 우리가 헌혈한 혈액은 다양하게 사용되는데 어떻게 헌혈을 했느냐에 따라서 사용 방법이 달라지게 된다. 전혈 같은 경우 심한 출혈 환자(총혈액량의 25% 이상 출혈), 신생아 교환수혈, 개심술 환자에게 사용이 되고 적혈구 같은 경우에는 산소 운반 부족의 증상을 보이는 각종 빈혈 환자, 총혈액량의 15% 이상의 출혈 환자, 장기이식 수술 등에 사용된다. 또한 혈소판 같은 경우에는 혈소판 감소증, 혈소판 기능장애 환자,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항암제 치료 등에 사용되고, 동결혈장은 화상, 주로 혈액응고인자 결핍의 보충을 위해 사용된다. 또한 동결침전제제 같은 경우에는 혈우병, 제8 응고인자 결핍증에 사용한다. 여기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우리가 헌혈한 피는 아주 다양하게 사용되며, 여러 질병으로부터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치료와 수술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라는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의 많은 사람들이 헌혈을 하고 있을까? 우리나라에서 헌혈이 가능한 인구는 2023년 기준 38,873,293명이다. 그런데 헌혈자 실 인원수는 1,3000,774명으로 헌혈가능인구대비 헌혈률은 7.14%에 그쳤다. 그 외에 2011~2023년도 헌혈가능인구대비 헌혈률을 살펴보아도 그 숫자는 8%를 넘기지 않았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우리나라에 심각한 고령화와 저출산이 가속화되면서 발생하게 된다. 연령별로 따졌을 때 헌혈에 참여한 사람들 중 20대가 전체 비율의 36.9%를 차지하고 10대를 포함하면 거의 절반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헌혈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저 연령층인데 이 수는 저출산으로 인하여 점점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렇게 헌혈로 수급한 혈액의 대부분은 50대 이상의 노년층에게 수혈되고 있다. 2015년 전체 수혈의 79%가 50대 이상에서 이루어졌고, 2019년엔 그보다 더 늘어난 82%를 기록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흐름을 보았을 때 대한민국의 고령층 수혈 비율은 더 늘어날 것이며 헌혈을 해 줄 10, 20대 세대는 점점 줄어들게 되어 결국 혈액 수급에 비상상황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코로나 때는 혈액수급이 절실해져 당시 정부가 혈액수급 안정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하였다. 하지만 각종 정책들이 유명무실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코로나 19 팬데믹 시기 혈액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신설된 국가헌혈추진협의회는 지난 2년간 서면회의만 이루어졌다고 한다. 또한 시도별 헌혈 추진 협의회 역시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 시도별 헌혈추진협의회는 2023년 기준 대구와 경기도를 제외하고 모두 구성되어 있었으나 회의 개최율은 50%에도 미치지 못했다. 사실상 운영되지 않는 곳들이 절반 수준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면 '수혈받으려면 환자가 헌혈자를 찾아와야'라는 말이 그냥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진다. 실제로 일선 병원에서는 환자 가족에게 지정헌혈자를 직접 구해 오라고 요구한다고 한다. 2021년 한 해 동안 환자 가족이 지정 헌혈을 통해 헌혈자를 직접 구한 횟수가 14만 2355건에 이를 정도이다.

또한 우리나라 혈액 부족 문제를 가속화시키는 이유에는 하나가 더 있다. 바로 우리나라에서 만연한 과잉수혈이다.  우리나라 국민헌혈률은 영국·프랑스·독일·호주·네덜란드 등 주요 해외 선진국보다 높은 편이다. 하지만 과잉 수혈 또한 많이 때문에 많은 헌혈자로부터 많은 채혈을 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환자에게 그만큼 수혈도 많이 하므로 혈액이 부족한 것이다. 과잉수혈의 원인은 대한수혈학회 등 관련 전문학회의 수혈가이드라인을 의료현장의 의사들이 잘 지키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수혈 관련 건강보험 급여기준도 일부 현실과 동떨어져 있고, 일부 환자들도 혈액을 마치 영양제처럼 생각해 수혈해 달라고 요구하는 등 복합적인 요인에 기인한다. 엄태현 대한수혈학회 이사장의 인터뷰를 보면 ABO 혈액형을 발견한 이후 심각한 급성 용혈수 수혈 부작용을 피할 수 있게 되면서 수혈이 너무 쉽게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수혈의 부작용에 대한 인식이 무뎌지며 이에 따라 의사 등 의료진에 대한 수혈의학 교육이 경시되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이러한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먼저 '적정수혈'을 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만연한 과잉수혈이 적정수혈로 전환되면 그만큼 혈액이 불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최근 무수혈 수술이나 대체수혈 요법 등 혈액을 사용하지 않는 다양한 방법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나서서 헌혈을 하는 것이다. 혈액 같은 경우에는 인공적으로 만들거나 대체할 수 없는 물질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헌혈에 참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중대한 해결 방안이다. 헌혈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많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배혜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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