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란 지면 위에 도드라진 점을 손가락으로 만져서 읽는 맹인용 문자로 1821년에 루이 브라유가 최초로 고안했으며, 영어권에서 그의 이름을 따서 브라유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러한 점자가 일상생활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을까? 실상은 그러하지 않다.

지난해 9월, 집에 있던 시각작애인 80대 여성은 냉장고에서 비타민 음료수 2명을 꺼내 이웃에게 건네게 되었다. 그런데 두 명 중 한 명이 갑자기 '속이 탄다, 속이 답답하다'며 화장실에서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이 까닭은 2병 중 1병은 음료수가 아니라 '식용 빙초산'이었던 것이었다. 즉 병길이 형태가 워낙 비슷해 시각 장애인 여성이 착각했다는 것이다. 빙초산을 마신 남성은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급성 독물중독으로 숨지게 되었다. 이렇게 평소 치매 노인들을 상태로 봉사활동을 하던 친절한 '이웃'은 이자 시각장애인이었던 80대 여성은 이웃을 죽음에 이르게 한 '죄인'이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이 '가해자'만의 잘못일까? 빙초산의 경우 눌러서 따는 안전 뚜껑은 있지만 병 표면에 어떠한 점자도 표시되어 있지 않다. 물론 식용 빙초산의 뒷면에는 "직접 섭취하거나 음용하지 마십시오"라는 위험 안내 문구가 적혀 있지만 1급 시각 장애인이었던 여성이 이 문구를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와 같은 사례를 보면 '직접 먹으면 안 되는 제품'이라는 안내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 소비자원이 2년 전 조사한 식품 점자 표시 현황을 보면, 321개의 식품 중 121개 제품에만 점자 표시가 되어 있다고 한다. 62.3%의 제품에는 점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였을까?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의한 법률을 살펴보면 식품 등을 제조, 가공, 소분하거나 수입하는 자는 식품 등에 시각, 청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점자 및 음성, 수어 영상 변환용 코드의 표시를 '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식품의 점자 표시는 법적 의무 사항이 아니라 강제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인 단체는 적어도 마시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는 식품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점자 표시 의무화'가 되어야 한고 말하고 말하고 있으며, 윤현경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울산지부 집행위원장은 이러한 문제가 "시각장애인에게 식품을 구별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 기업과, 점자 표시를 의무화하는 정책적/제도적 보완을 미처 하지 못한 국가에 책임이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이는 식품에서만 일어나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가 시각장애인을 위한 식품, 의약품 등에 점자 표기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의무화 적용 대상은 안전상비약품과 일부 의약품, 의약외품에 불과하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점자 표기 의무화 문턱이 높은 이유로 의무화할 경우 단가가 올라근 제약이 있다고 밝히며 점자 표기 의무화에 부정적인 입장을 비추었다. 이에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의료기기 기재사항에 점자 표시를 권장하는 수준이고, 점자 표시를 원하는 영업자에게 행정/기술적 지원을 제공하는 정도로 그렇게 큰 관심은 두고 있지 않다. 심지어 지난 5월 29일 6월부터 새롭게 시행되는 65개의 법령에서도 '의료기기법'에 따라 시각,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기기 사용안내를 확대한다며 말하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의료기기의 사용 방법, 사용기한, 사용 시 주의 사항 등을 점자 및 음성/수어영상 변환용 코드 등과 함께 표시하도록 '권장'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정부와 기업의 외면과 방치로 인하여 시각장애인들은 지속적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고 심지어는 생명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점자제품을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들도 있다.

카카오 같은 경우 11월 4일 한글 점자의 날을 맞아 국립서울맹학교에서 '2025 카카오 점자 달력'전달식을 진행했다. 또한 전국 시각장애 특수학교 14곳과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순차적으로 3000부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이 카카오 점자달력은 달력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카카오 프렌즈 캐릭터가 주는 즐거움을 함께 담기 위해서 시각장애 학생들이 직접 손끝으로 만져보고 캐릭터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또한 오뚜기 같은 경우 제품 포장에 점자 표기를 적용하며 시각장애인이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낄 수 있는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2021년 9월 오뚜기는 오랜 노력과 연구 끝에 컵라면 제품에 제춤 이름,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여부 등을 점자로 표기했다. 점자 적용은 컵라면의 물 붓는 선을 인지하기 어렵하는 시각장애인들의 의견을 따른 것으로,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의 협조를 받아 저자 위치 및 내용, 가독성 등을 검초한 뒤에 도입되었다. 이에 따라 4월 오뚜기라면의 점자 표시 용기에 대하여 '제18회 대한민국 패키징 대전'에서 한국패키징단체총연합회장상을 수상하며 점자 표시 용기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태도에는 무엇이 있을까? 먼저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점자 표기 제품들을 찾아보고 그 제품들을 사용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점자를 표기하지 않는 까닭은 점자를 표기하기 위해 들이는 돈에 비하여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기업의 소비를 증가시켜서 많은 기업에서 이러한 점자 표기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 주위의 이웃이 이러한 이유로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겪고 있지는 않은지 살펴보는 것이다. 서로에 대한 관심이 줄어드는 현대 사회에서 작게나마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되어보는 것이 어떨까?







배혜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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