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식으로 움직이는 손잡이. 주름이 있어 꺾을 수 있는 빨대. 계단 대신 경사로가 설치된 건물. 언급한 세 가지 대상의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사람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줄이고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들이다. 이번 호에서는 이처럼 다수에게 맞춰 소수의 사람들이 불편함을 느껴야 했던 것들을 바꿔나가는 노력에 대해 알아보려고 한다.

1974년에 열렸던 국제연합 장애인생활환경전문가회의에서는 장벽 없는 건축 설계(barrier free design)에 관한 보고서가 나왔다. 배리어 프리(barrier free)는 이 보고서 이후 물리적 장애(배리어)를 제거한다는 의미로 건축학계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에는 그 의미가 확대되어 고령자나 장애인들도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제도적, 법률적 장벽을 비롯해 사회가 가지는 마음의 벽까지 허물자는 운동을 가리킬 때 사용된다.

배리어 프리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배리어 프리는 약자 쪽의 장애가 치는 벽을 없애자는 운동이기에, 경우에 따라 특별 취급으로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한계점을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이 존재한다. 유니버설 디자인이 바로 그 대안이다.

유니버설 디자인(Universal Design)은 척수성 소아마비로 휠체어를 이용했던 미국의 건축가 로널드 메이스가 처음으로 만든 용어로 다양한 사용자를 포괄하는 보편적인 디자인을 뜻한다. 성별이나 나이, 장애, 언어 등으로 인한 제약을 받지 않도록 디자인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노스캐롤라이나 주립 대학교의 유니버설 디자인 센터에서 마련한 유니버설 디자인의 7대 원칙에는 모든 사용자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게 해야 한다는 공평한 사용, 사용하기 편하고 피로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적은 물리적 노력, 개인 선호나 장애, 능력과 관련해 넓은 범위에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사용상 유연성 등의 원칙이 포함되어 있다.

배리어 프리와 유니버설 디자인은 위 사진으로 비교할 수 있다. 가장 왼쪽의 그림은 종래의 상태, 즉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를 보여준다. 중앙의 그림은 배리어 프리가 적용되어, 계단과 경사로가 함께 있어 장애인들도 이용할 수 있는 상태이다. 가장 오른쪽의 그림이 유니버설 디자인이 적용된 상태로 모든 사람이 동일한 방법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점자블록이나 엘리베이터 등의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하는 등, 보다 많은 사람이 불편함 없이 지내기 위한 노력이 우리 주변에서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을 알고 나니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무르고 생활하는 장소인 학교에는 어떠한 노력들이 녹아 있을까? 또 부족한 점은 무엇이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4월의 한 토요일, 우리 톺아보기 팀은 다리가 불편한 상황을 가정하여 휠체어를 타고 학교 이곳저곳을 돌아보았다.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문을 열기 어려운 상황
턱이 있어 휠체어가 올라가지 못한다.
경사로의 경사가 지나치게 높아, 혼자 힘으로 올라갈 수 없는 것은 물론이며 다른 사람이 도와준다고 해도 올라가기 어려웠다.
경사로에 있는 것 때문에 지나갈 수 없다.

휠체어를 타니 확실히 불편한 점이 많았다. 우선 일부 문의 경우 휠체어를 탄 상태에서는 쉽게 열고 닫을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휠체어가 지나갈 충분한 공간이 없는 곳도 있었고, 경사로가 있어도 너무 가팔라 혼자의 힘으로 오를 수 없거나(심지어 다른 사람이 밀어줘도 오르기 힘들었다) 무언가 깔려 있어 지나갈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단차 때문에 오르내리기 어려운 곳이 많았던 점, 경사로가 없어 한참을 돌아가야 했었던 점 등의 불편함도 있었다.

다만 본 건물은 비교적 이동하기 쉬운 편이었다. 경사로의 기울기도 적당했고, 자동문이 설치되어 있어 물리적인 힘 없이도 실내로 들어가기 용이했다. 건물 1층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설치되어 있고 엘리베이터가 있어 다른 층으로 이동하기도 쉬웠다. 그러나 기숙사나 신관 건물로 이동할 때나, 두 건물의 내부를 돌아다닐 때는 불편함이 많았다.

학교를 돌아보며, 학교 곳곳에 위치한 점자도 확인해 보았다. 점자를 사용하는 일이 드물다 보니, 일부 점자는 촉감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또한 엘리베이터, 복도 손잡이 등에는 점자가 있었지만, 교실에는 어떤 공간인지 안내하는 명패만 있을 뿐 점자가 없었다. 만약 우리 학교에 앞을 볼 수 없는 학생이 다녔더라면 이동할 때마다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했을 것이다.


우리 학교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학교 시설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는 판단으로 점자 스티커를 제작해 우리가 사용하는 일부 공간에 부착하기로 했다.

예산 상의 문제로 소수의 공간에만 부착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취재하는 동안 우리가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사용하던 공간이, 누군가에게는 무척이나 불편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체육 활동이나 일상생활 도중 골절되거나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하게 된 친구들의 경우, 계단을 이용하기 어려워지니 지나치게 돌아가야 한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는 일시적이긴 하지만, 언제 누군가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위해서라도 모두가 사용하기 편한 것을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기사 작성 이연서
취재 참여 김지윤 김채린 박의연 배혜민 오현서 이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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