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는 여러 가수들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장소가 있습니다. 이제 막 데뷔하는 모든 아티스트들의 꿈이 장소이자 메이저 데뷔를 대중들에게 알리는 무대, 바로 일본 무도관(日本武道館)입니다. 유도 경기장일 뿐이었던 이 일본 무도관이 어째서 일본 가수들의 시작의 장소가 된 걸까요?




일본의 음악시장

일본에서는 매년 정말 많고 다양한 아티스트가 인디와 메이저씬에 데뷔합니다. 2022년 국제 음반 산업 협회의 통계에 의하면 미국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음악시장이 가장 큰 국가 또한 일본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일본에는 다양한 아티스트가 있을뿐더러 자국 내 음반 시장 또한 활발히 발전한 나라입니다. 다만 이로 인하여 해외 진출을 굳이 하지 않아도 일본 국내에서 충분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반대로 보자면 일본 음악시장은 굉장히 고립되어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본에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자국에서 공연할 수 있도록 작은 라이브 하우스부터 시작해 야외 라이브회장, 수용인원이 더 많은 아레나, 유명 아티스트들의 무대 돔, 그리고 일본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장소 스타디움까지 정말 많은 공연장이 존재합니다. 여기서 보통 공연장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더 많은 수용인원을 위해 체육시설을 공연장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나라 또한 2023년 인스파이어 아레나가 건설되기 이전에는 체육시설을 공연장으로 계속 사용해 왔습니다. 일본 무도관 역시 같은 경우입니다. 1964년 도쿄 올림픽에서 유도 경기장으로 건설된 이후 1965년부터 공연장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면 왜 일본 무도관이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꿈의 무대라고 불리는지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1966 세계 최고가 공연한 무대


1966년, 세계적인 록밴드가 일본을 방문하게 됩니다. 바로 비틀즈입니다. 영국에서 출발한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가 이곳 일본 무도관에서 공연하게 된 이후로 무도관은 많은 아티스트들에게 꿈의 공연장인 상징적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퀸, 딥 퍼플과 같은 해외 유명 아티스트들이 공연하며 이런 상징성은 더욱 커지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일본 아티스트들에게 일본 무도관에서의 공연이란 과거 세계적인 가수들이 섰던 장소에 자신이 도달한다는 큰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비록 현재에는 더 큰 공연장이 생겨나며 과거보다 무도관 입성의 의미와 중요도가 적어졌지만, 여전히 일본 음악시장에서는 깊은 상징성을 가진 공연장입니다.

일본 무도관은 새로 시작하는 아티스트들에게 현실적인 목표가 되듯 7,000~10,000석 정도의 적당한 수용인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위에서 바라봤을 때 8 각형 모양의 둥근 형태이며 이를 활용해 두 가지 방법의 무대 설치를 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수용인원이 달라집니다. 무대를 한쪽 끝에 붙여 설치한다면 약 7,000~8,0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고, 중앙에 설치하면 10,000명 정도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어 아티스트의 기량이나 연출에 따라 무대를 설치합니다.

무대를 한쪽 끝에 설치한 일본 무도관 모습 (SPYAIR 2018 KINGDOM TOUR)
무대를 건물 중앙에 설치한 일본 무도관 모습 (MFS Road To The Budokan messages 2016)



무도관에서의 출발, 그 이후는?

일본 무도관에서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 아티스트는 이후에 어떤 공연장을 방문하게 될까요? 일본의 공연장은 규모에 따라 크게 4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라이브 하우스, 아레나, 돔, 스타디움, 보통의 아티스트는 이 순서대로 성장해 나갑니다. (다만 예외로는 극단적인 라이징 스타가 있습니다) 일본 무도관은 아레나에 해당하며 무도관 이외에도 큰 상징을 가진 공연장이 많이 있습니다. 4가지 각각의 공연장들의 특징과 상징을 알아보겠습니다.




첫 무대, 라이브 하우스

일반적인 라이브 하우스 공연장 내부 모습 (SPYAIR RE-BIRTH TOUR 2023/NAMBA Yogibo META VALLEY)

먼저 라이브 하우스는 4가지 단계 중 가장 규모가 작은 공연장입니다. 보통 1,000명에서 3,000명 정도를 수용하고, 기본적으로 1층 스탠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무대와 관객과의 거리가 매우 가까워 펜스에 올라서는 등의 관객과 가까운 퍼포먼스를 하기에 유리합니다. 다만, 공연장 자체가 매우 작기에 돌출무대를 설치하기 어렵고, 무대가 좁아 답답해 보일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라이브 하우스에서 공연 중 펜스에 올라가 관객과 퍼포먼스를 하는 모습 (MY FIRST STORY 2023)

수용인원이 매우 적고 일본의 음악 공연을 자주 즐기는 문화로 인해 지역마다 라이브 하우스가 많이 있어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아티스트들이 서는 무대입니다. 또 아직 이 이상의 공연장에서의 투어가 부담되는 아티스트들이 투어 장소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라이브 하우스로는 Zepp이라는 라이브 하우스 체인이 유명합니다. 일본의 라이브 하우스에서는 가장 위상이 높으며 5개 도시에 위치해 있어 많은 밴드가 Zepp투어라는 이름으로 순회공연을 합니다.




이름을 알리자, 아레나

아레나의 경우 라이브 하우스 다음의 규모로 보통 6,000명에서 30,000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1만 명 이상의 인원을 수용해야 하기에 아레나에서 공연하는 아티스트들은 어느 정도 일본에서 이름을 알린 아티스트라고 볼 수 있습니다. 1층 이상으로 구성된 경우가 많고, 1층은 스탠딩(혹은 좌석 스탠딩), 2층 이상으로는 좌석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보통입니다. 여기서 1층의 스탠딩 구역을 ‘아레나 구역’이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공연장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에 아레나부터는 본격적인 무대 연출을 할 수 있습니다. 돌출무대와 다양한 구조물을 설치하기도 하고 조명을 화려하게 연출하기도 합니다.

돌출 무대를 설치해 활용하는 모습 (ONE OK ROCK 2017 Ambitions JAPAN TOUR)

하지만 관객과의 거리 또한 멀어졌기 때문에 라이브 하우스보다 적극적인 관객과의 퍼포먼스는 어렵지만, 관객석 구조에 따라 좌석에 구역이 나눠지면서 통로를 통해 구석구석까지 이용할 수 있습니다.

구역마다 나눠진 통로를 통해 관객석까지 이동한 모습 (ONE OK ROCK Luxury Disease 2023 JAPAN DOME TOUR)

이렇게 공간이 커진 만큼 아티스트는 더 자유롭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큰 공간을 꽉 채울 만큼의 기량이 부족한 아티스트들에게는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아레나를 대표하는 공연장으로는 위에서 설명한 일본 무도관과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가 있습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는 돔 입성 바로 이전 단계라고 이야기될 만큼 돔과 비슷한 최대 37,000명의 수용인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무도관을 거친 아티스트들이 다음 목표로 삼는 공연장이며, 상당한 관객동원력을 가져야 공연을 성공시킬 수 있는 공간입니다.

사이타마 슈퍼 아레나 내부 모습 (SPYAIR DYNAMITE ARENA TOUR 2015)



성공의 장소, 돔

돔이라는 시설은 천장이 있는 대규모 체육시설을 말합니다. 수용인원은 30,000명에서 50,000명 정도이며, 표를 모두 매진시키더라도 하루 대관 비용이 너무나 많이 들기에 적자가 나는 공연장으로 돔에서의 공연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상당한 입지를 가진 아티스트여야 합니다. 이 중 일본의 대표 돔구장인 도쿄 돔, 반테린 돔 나고야, 베루나 돔, 쿄세라 돔 오사카, 미즈호 paypay 돔 후쿠오카, 삿포로 돔 중 5개의 공연장을 순회하는 5대 돔 투어를 하는 아티스트는 일본의 현시점 정상급 아티스트라 보아도 무관합니다. 특히 삿포로 돔의 경우 관객을 모으기가 매우 어렵기로 유명합니다.

가장 위부터 반테린 돔 나고야, 쿄세라 돔 오사카, 베루나 돔, 미즈호 paypay 돔 후쿠오카 내부 모습(ONE OK ROCK Luxury Disease 2023 JAPAN DOME TOUR)

돔 중에서도 가장 최고를 꼽으라 하면 바로 도쿄 돔을 꼽을 수 있습니다. 도쿄 돔은 일본 무도관만큼 상징성이 매우 큰 공연장으로, 최대 67,000명을 수용한 전적이 있을 만큼 일본 실내 공연장에서 가장 규모가 큽니다. 또한 입성하더라도 표를 모두 매진시킨 아티스트가 많지 않을 정도로 성공시키기 힘든 장소입니다. 따라서 도쿄 돔 입성은 일본 음악계에서 최고에 올랐다고 인정받으며 많은 아티스트들이 최종 목표로 삼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명성을 위해 무리하여 도쿄 돔에 입성하려는 아티스트들이 늘어나며 과거보다 이런 최고봉의 이미지는 흐려졌지만, 여전히 일본 국내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장소임은 틀림없습니다.

도쿄 돔 내부 모습 (ONE OK ROCK 2018 Ambitions JAPAN DOME TOUR)




최고만이 오르는 스타디움

엄청난 수용인원을 가진 돔보다도 더 큰 공연장이 있습니다, 바로 스타디움입니다.

위에서 본 스타디움 전체 모습 (ONE OK ROCK 2014 “Mighty Long Fall at Yokohama Stadium”)

스타디움은 돔과는 달리 천장이 없는 야외 체육시설입니다. 30,000명에서 72,000명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수용 규모만 보면 돔보다 작은 곳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스타디움이 최고의 장소로 불리는 중심에는 닛산 스타디움이 있습니다.

닛산 스타디움 모습 (King Gnu Stadium Live Tour 2023 CLOSING CEREMONY)

닛산 스타디움은 현존하는 일본 공연 시설 중 가장 수용인원이 많은 곳으로 최대 75,000명까지 수용할 수 있으며, 보통 양일로 진행되는 단독 콘서트의 특성상 이틀에 최대 150000까지 동원해야 하는 엄청난 티켓파워를 가진 아티스트만이 공연합니다. 따라서 닛산 스타디움에서 공연한 아티스트는 현재까지도 극소수이며 전석을 매진시키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닛산 스타디움 이외에는 사이타마 스타디움 2002, 요코하마 스타디움 등 다양한 규모의 스타디움이 존재하고, 치바현에 위치한 ZOZO 마린 스타디움에서는 매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락밴드들이 모이는 SUMMER SONIC (섬머소닉) 록 페스티벌이 개최되기도 합니다.

ZOZO 마린 스타디움에서 개최되는 SUMMER SONIC 모습 (SUMMER SONIC 2023)




최근에는 일본의 고립된 음악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해 다양한 아티스트들이 해외 진출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해외 활동이 많아지면 국내 공연에 많은 힘을 쏟기가 힘들어집니다. 반대로 국내 공연에 집착하게 되면 해외 활동에도 제약이 생깁니다. 그래서 굳이 무리해서 공연장의 규모에 집착하지 않고 작은 공연장에서 더 많은 지역, 더 많은 나라에서 라이브를 하는 아티스트 또한 늘고 있습니다. 따라서 대형 공연장에서의 무리한 공연으로 얻는 명성만을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꿈을 천천히 한 단계씩 펼쳐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며 이 과정에 대한 결과물로써 큰 장소에서의 최고의 아티스트라는 명성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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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연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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